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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남기시기 전에, 사무실에 들러주셨습니다
실제 사례 6분 읽기2026-10-17

후기 남기시기 전에, 사무실에 들러주셨습니다

발인이 끝나고 보름쯤 지났을까요.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낯익은 분이 들어오셨습니다. 그날 나눈 대화를 거의 그대로 옮겨봅니다.

발인이 끝나고 보름쯤 지났을까요.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낯익은 분이 들어오셨습니다.
무빈소장례로 아버님을 보내드린 50대 남성분이셨어요.
손에 작은 커피 상자를 들고 계셨습니다.
장례 끝나고 다시 사무실로 찾아와 주시는 경우가 흔치 않아서, 솔직히 저도 잠깐 당황했습니다.
그날 나눈 대화를 기억나는 대로 거의 그대로 옮겨봅니다.

후기 남기시기 전에, 사무실에 들러주셨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들렀어요"

"어, 안녕하세요. 어쩐 일로..." 제가 먼저 놀라서 여쭤봤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렀어요. 그때 감사했다는 말씀을 제대로 못 드린 것 같아서요."
사실 저는 전화 통화 때 이미 충분히 감사 인사를 들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또 걸음을 해주시니, 괜히 저까지 쑥스러워지더라고요.
이런 분들, 사실 많지는 않습니다. 보통은 전화로 짧게 인사하고 끝나거든요.
직접 걸음 하신 경우는 저도 1년에 몇 번 안 됩니다.
그래서 상담실 소파에 앉으시라고 권해드리고, 저도 맞은편에 앉았습니다.
커피를 한 잔 타드리면서, 속으로는 '무슨 일이시지' 하는 생각이 스쳤던 것도 사실입니다.
장례가 끝난 뒤 다시 연락 오는 경우는 가끔 처리할 서류나 추가 문의일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이분은 자리에 앉으시자마자 표정이 한결 편안해 보이셨어요.

짧은 대화, 옮겨봅니다

"그날 새벽에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이분이 먼저 말문을 여셨습니다.
"네, 그러셨죠. 전화 주셨을 때 목소리가 많이 떨리셨던 거 기억나요."
"근데 신기하게 그쪽이 전화로 순서를 하나씩 짚어주시니까, 제가 뭘 해야 할지는 알겠더라고요."
"저희는 그 순서를 매일 다루니까요. 처음이신 분들은 당연히 막막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발인 당일에 비 왔던 거 기억하세요? 그날 차량 대기시켜 주신 것도 감사했어요."
"아, 그날요. 네, 기억납니다. 다행히 많이 안 오고 금방 그쳤었죠."
이런 식으로 그날의 자잘한 장면들을 하나씩 다시 꺼내시더라고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후기 같은 거 남기면 도움이 되나요?" 이분이 조심스럽게 물으셨어요.

"그럼요, 도움 많이 됩니다. 저희도 그렇고, 비슷한 상황이신 다른 분들한테도요."
"그럼 제가 오늘 느낀 거 그대로 좀 적어볼게요. 거창하게는 못 쓰지만."
"거창하게 안 쓰셔도 됩니다. 그날 느끼신 그대로가 제일 좋아요."
그러시더니 핸드폰을 꺼내 메모장 앱을 여시고는, 그 자리에서 몇 줄을 바로 적어보려 하셨습니다.
"음... 막상 쓰려니까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네요." 웃으시면서 머리를 긁적이셨어요.
"천천히 쓰셔도 돼요. 지금 안 쓰셔도 되고, 집에 가셔서 생각나실 때 쓰셔도 됩니다."
결국 그날은 메모장만 열어두신 채로 다른 이야기를 더 나누다가 돌아가셨습니다.
나가시면서 "며칠 안으로 꼭 올릴게요"라고 약속하셨는데, 저는 사실 큰 기대는 안 했습니다.
이런 약속, 바쁘게 사시다 보면 잊어버리시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이 대화를 나누고 며칠 뒤, 정말로 후기가 하나 올라왔습니다.
"급한 와중에도 하나씩 차근차근 알려주셔서 덜 당황할 수 있었습니다." 딱 이 한 줄이었어요.
화려한 문장은 아니었지만, 그날 사무실에서 나눴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아서 반가웠습니다.

짧은 대화, 옮겨봅니다

왜 굳이 걸음을 하셨을까

사실 전화로도 충분히 하실 수 있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굳이 시간 내서 들르셨을까, 돌아가시고 나서 저 혼자 생각해 봤습니다.
아버님 발인 날짜가 평일이었는데, 이분이 반차를 내고 오셨던 게 기억났습니다.
그만큼 바쁘게 사시는 분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사무실까지 찾아오신 거죠.
저희 사무실이 대구 남구라 접근성이 썩 좋은 위치도 아닌데 말이죠.
아마도 직접 눈을 보고 전해야 마음이 편하신 분들이 계신 것 같아요.
특히 가장 힘든 순간에 도움을 받으신 분들일수록 더 그런 것 같고요.
말로는 다 못 담는 마음이 있어서, 그냥 얼굴 보고 커피 한 잔 나누는 쪽을 택하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이제는 그런 분들의 표정만 봐도 대략 짐작이 갑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걸음걸이부터가 이미 다르거든요. 뭔가 홀가분해 보인다고 할까요.
저희도 그런 분들 덕분에 이 일을 계속할 힘을 얻습니다.

직접 눈을 보고 전해야 마음이 편하신 분들

작은 커피 상자 하나

그날 받은 커피 상자는 지금도 저희 사무실 한쪽에 놓여 있습니다.
비우고 나면 다른 분들께서 주신 작은 선물들과 함께 모아두는 칸이 있거든요.
거창한 선물은 아니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저희가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가끔 그 칸을 정리하다가 예전 선물들을 보면, 그때 그 가족들 얼굴이 하나씩 떠오르기도 합니다.
누구는 손편지를 같이 넣어주셨고, 누구는 그냥 작은 사탕 한 봉지를 두고 가셨습니다.
한 번은 직접 담그신 장아찌를 유리병에 담아 가져오신 어르신도 계셨어요.
형태는 다 다르지만, 담긴 마음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후기 한 줄도, 작은 선물 하나도, 저희에게는 다음 가족을 더 잘 모셔야 할 이유가 됩니다.

예전에 저희와 함께하셨던 분이든 처음 문의하시는 분이든, 부담 없이 전화 주세요.
언제든 사무실에 들르셔도 좋습니다. 커피는 늘 준비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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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한 줄도, 작은 선물 하나도 잊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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