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도 이런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20년 넘게 부었던 상조 상품을 해지하려니까 위약금만 잔뜩 떼가고 원금의 반의반도 안 돌려준다는 게 말이 되나요?"
목소리가 떨리고 계셨어요.
저도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20년이면 자녀 학자금보다 오래 부은 돈인데, 그게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질 수 있다는 걸 그분은 계약할 때 전혀 모르셨다고 하셨거든요.
이런 불안, 한 번쯤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내가 매달 넣고 있는 이 돈, 지금 어디에 어떻게 보관되고 있는지 알고 계신가요?"
"가입한 상조회사가 어느 날 갑자기 문을 닫으면, 저는 그동안 낸 돈을 그냥 날리는 건가요?"
"해지하면 정말 원금의 상당 부분을 위약금으로 떼가는 게 법적으로 맞는 건가요?"
상담을 하다 보면 이 세 가지 질문을 정말 자주 받습니다.
그런데 막상 물어보면 대부분 정확한 답을 모르고 계세요. 저도 이 업계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마찬가지였습니다 ^^;
1. 상조는 '선불식 할부거래'라는 걸 모르고 가입하십니다
상조 상품은 법적으로 선불식 할부거래업으로 분류됩니다.
쉽게 말하면, 장례 서비스를 먼저 이용하기 전에 대금을 나눠서 미리 내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이 돈이 회사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라, 나중에 서비스 이행을 위해 남겨둬야 하는 돈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회원이 낸 돈의 상당 부분을 모집수당·운영비로 먼저 써버리는 회사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작 해지하려고 하면 "돌려줄 돈이 별로 없다"는 상황이 생기는 겁니다.
2. 공제조합 가입 여부를 확인 안 하십니다
2010년 이후로 상조회사는 선수금(회원이 미리 낸 돈)의 50%를 은행 예치나 공제조합 가입을 통해 보전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여기서 많은 분이 오해하시는 게, "50% 보전"이지 "100% 보전"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즉 회사가 폐업해도 최대 절반 정도만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그마저도 공제조합에 정상적으로 가입돼 있는 경우에 한해서고요.
가입도 안 해놓고 영업하는 부실 업체가 적발되는 뉴스, 한 번쯤 보신 적 있으실 거예요.
3. 해지환급금 규정은 계약서 뒤쪽에 깨알같이 적혀 있습니다
이게 사실 제일 많이 억울해하시는 부분입니다.
많은 상조 상품이 가입 초기 몇 년 안에 해지하면 위약금 비율이 매우 높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업체와 상품마다 다르지만, 가입 3년 이내 해지 시 납입액의 상당 부분을 위약금으로 공제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문제는 이 비율이 광고 전단지가 아니라 계약서 뒷장, 깨알 같은 글씨의 별첨 조항에만 적혀 있다는 겁니다.
가입하실 때 "해지하면 얼마 돌려받나요?"를 직접 묻지 않으면 아무도 먼저 알려주지 않아요.
가. 전환납입·명의변경 수수료
상품을 더 저렴한 걸로 바꾸거나, 다른 가족 명의로 넘기려 할 때도 수수료가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조항 역시 계약서 안쪽 깊숙이 들어 있어, 실제로 필요해질 때가 돼서야 알게 되시는 분이 대부분입니다.
"그때는 상담원이 그런 말을 안 해줬는데요"라는 하소연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계약 전에 이 한마디만 해보세요
상조회사 상담원에게 전화하실 때, 이렇게 한번 물어보세요.
"공정거래위원회 등록번호랑 공제조합 가입증서, 지금 문자로 보내주실 수 있으세요?"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회사라면 이 요청에 당황하지 않고 바로 보내줍니다.
반면 말을 얼버무리거나 "나중에 서류로 드릴게요"라며 넘어가려는 곳이라면, 일단 한 걸음 물러서서 다시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의 '선불식 할부거래업자 정보공개' 페이지에서 직접 업체명을 검색해 확인하실 수도 있고, 소비자 상담은 국번없이 1372(한국소비자원)로도 가능합니다.
저희가 후불제를 고집하는 이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도 선불식 상품을 판매하면 당장의 매출은 더 크게 잡힙니다.
그런데도 저희는 서비스를 이용하신 만큼만, 이용하신 후에 정산하는 후불제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미리 받아둔 돈이 없으니 애초에 "해지환급금이 왜 이것밖에 안 되냐"는 문제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가입 20년 차에 위약금 걱정을 하실 일도 없고요.
이게 저희가 상담 때마다 "숨은 비용 없는 투명한 가격"이라고 말씀드리는 진짜 이유입니다.
마무리하며
사실 이 이야기를 쓰게 된 건 제 이모님 때문이기도 합니다.
십수 년 전, 이모부가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이모님이 젊을 때 가입해두신 상조 상품이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필요할 때 보니 회사가 이미 없어진 뒤였고, 공제조합 가입도 안 돼 있어서 정말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셨습니다.
그때 저는 이 일과 전혀 상관없는 다른 직장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 일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이 오래 남았습니다.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그때의 답답함에서 시작된 셈입니다.
장례라는 게 원래도 마음이 힘든 일인데, 거기에 돈 문제로 한 번 더 상처받으시는 걸 정말 많이 봐왔습니다.
계약서 몇 줄 미리 확인하는 게 번거로우실 수 있지만, 나중에 겪을 억울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미 가입하신 상품이 있으시면 해지환급금 규정부터 다시 한번 찾아보시길 권해드리고, 새로 알아보시는 중이시라면 오늘 말씀드린 것들 꼭 확인해 보세요.
세상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조금 더 확인하고 조금 더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지킬 수 있는 돈이 분명히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궁금하신 점은 전화로 편하게 물어보세요, 아는 선에서 다 답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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